에그EGG #11 by 비와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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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힘이 안 든다고 해도 5시간을 내리 움직였더니 힘이 들었다. 레이는 이마에 맺힌 땀을 식히며 앉아 있었다. 파워슈트를 입은 채 침대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TV도 켜지 않고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며 흐뭇한 기분을 만끽했다. 파워 슈트 위에 헐렁한 스웨터를 걸치고 발목까지 오는 치마를 걸쳤더니 외관상으론 슈트를 입은 게 티가 나지 않았다. 그저 좀 통통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바지를 입으려고 했지만 슈트 위에 입을 만큼 큰 사이즈는 아쉽게도 없었다. 곁으로 드러나는 외양은 충분히 감출 수 있었지만 감출 수 없는 게 있었다. 파워슈트 특유의 미세한 기계음. 지잉지잉 하는 특유의 작동음은 완전히 없앨 수 없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파워슈트를 살 돈이 없는 여자들도 일부러 안전을 위해 파워슈트의 기계음만 녹음한 녹음기를 틀고 다녔으니까. 좀 통통해 보이겠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여성이 권력을 잡은 이후엔 뚱뚱한 여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뚱뚱해도 돈 많은 여성에게 좋다고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쾅-!
  “악-!”
  문이 날아왔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집 문짝이 구겨진 캔처럼 튕겨 레이에게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어깨가 욱신했다. 파워슈트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칠 뻔한 것이다.
  “뭐야?”
  놀라 고개를 드는데 문에 엄청난 거인이 서 있었다!
  “누, 누구?”
  “흐흐흐흐……. 귀엽게 생겼네.”
  괴한은 입맛을 다셨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밟는 곳마다 바닥이 푹푹 꺼졌다.
  소름이 돋았다. 과장하지 않아도 레이보다 두 배는 돼 보였다. 키가 2미터는 넘는 것 같았고 문을 뜯고 들어서면서 펄럭이는 옷 사이로 칙칙한 검은 색이 보였다. 파워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레이는 경악했다. 괴한은 남자는 착용하지 못하게 금지된 파워슈트를 입고 있는데다 슈트도 처음 보는 종류였다. 온통 무광택의 검은 색으로 뒤덮여 있었고 크기도 엄청나게 컸다. 적어도 3백 킬로는 넘을 것 같았다. 1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육중해 보였다. 거기다 머리엔 뿔까지 튀어나와 있는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부분엔 일부러 그랬는지 해골 그림이 그러져 있었고 눈과 입이 있는 부위만 뻥 뚫려 있어서 무시무시하고 끔찍했다.
  “경찰 불러-!”
  급한 나머지 레이가 소리쳤다. 홈컴퓨터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괴한이 다가왔다. 레이는 다급한 나머지 침대를 괴한 쪽으로 밀었다. 아니, 던졌다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쾅-! 우직!
  침대가 박살이 났다. 너무 놀라 자신도 파워슈트를 입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는데 침대가 너무도 가볍게 날아가자 그제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하지만 괴한은 너무도 가볍게 날아오는 침대를 두 손으로 찢었다. 마치 종이를 찢듯 두동강을 낸 것이다. 매트리스 속에 있던 스프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경찰-!” 레이가 부르짖었다.
  아뿔싸! 모든 통신을 끊어두고 있다는 게 기억이 났다. 이틀 전에 있었던 시위에 참가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일부러 통신을 끊어두고 있었다. 혹시라도 추적해올까 봐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왔다. 경찰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것도 집 안에서는 E-net를 거쳤는데 E-net 자체를 끊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도록 설정할 틈이 없었다. 괴한은 험악한 기세로 다가왔다.
  “원, 원하는 게 뭐야?”
  “너! 크크크크!”
  레이는 온 힘을 다해 괴한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책상이 박살이 났다. 나무조각이 튀었다.
  레이가 소리쳤다.
  “조명 꺼!”
  조명이 꺼졌지만 부서진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 때문에 큰 효과가 없었다. 괴한이 거침없이 다가왔다.
  “고속모드!” 레이가 외쳤다.
  괴한이 레이를 안으려는 순간 레이의 몸이 튀었다. 퍽-! 지금까지 보지 못한 빠르기로 레이의 주먹이 괴한의 명치를 쳤다! 저속모드로 세팅되어 있던 레이의 슈트가 가장 빠른 고속모드로 바뀌면서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괴한은 잠시 꿈틀거릴 뿐이었다. 오히려 레이가 고속모드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해 넘어졌다. 괴한의 명치에 한 방 먹이고는 그대로 뒤로 나자빠진 것이다. 레이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악-!”
  레이가 고통으로 소리쳤다. 괴한이 레이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머리가 다 뜯겨나가는 것 같았다. 파워슈트의 무게 80킬로그램에 레이의 몸무게가 머리카락만으로 들려진 것이다. 레이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괴한의 팔을 붙잡았다. 레이의 힘에 의해 하중이 분산되자 고통은 덜어졌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울고 싶었다. 괴한이 물었다.
  “캔Can은 어디 있어?”
  “캐, 캔이라니?”
  “난자캔.”
  역시. 레이의 난자를 훔치러 온 것이다. 레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겁이 났지만 어떻게 위험을 벗어나야 할지 궁리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생각이 잘 되지 않았다.
  괴한은 레이가 선뜻 대답을 하지 않자 오른손으로 레이의 목을 움켜쥐었다. 괴한은 마치 레이를 헝겊인형이라도 되는 듯 목을 쥐고 흔들었다. 레이의 양손이 괴한의 오른손을 붙들고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가 레이를 집어던졌다. 답답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레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던져진 충격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저 졸리던 목을 움켜잡고 가쁜 기침만 쏟아냈다.
  “어디 있어?”
  “그, 저, 저기. 저기 있어요…….”
  눈물이 났다. 자기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어떻게든 지켜야했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 자신도 모르게 위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생각할 정신도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위치를 털어놓고 있었다. 난자캔은 벽에 부착된 드럼세탁기 안에 있었다. 거기 가득 담긴 빨랫감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괴한이 드럼세탁기의 문을 열었다. 안에 빨래가 가득하자 몇 번 뒤지더니 화나는지 드럼세탁기를 통째로 뜯어냈다. 드럼세탁기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쏟아져 나오는 빨랫감 사이에 반짝이는 게 보였다. 괴한이 히죽 웃었다. 헬멧 사이로 보이는 뻥 뚫린 입, 사이로 누런 이가 드러났다.
  난자캔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부서진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비춰보았다. 봉인과 DNA코드를 확인하자 그것을 왼손에 꼭 쥐었다. 야구공만한 난자캔이 괴한의 큰손에 들어가자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쓰러져 헐떡이는 레이를 쳐다보았다.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순간 레이는 그가 자기를 죽이려한다는 걸 분명하게 깨달았다. 두려움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덜덜 떨렸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경고! 경고! 사용중지를 권합니다. 심장박동과 혈압이 정상수준을 넘었습니다.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합니다.]
  레이의 파워슈트가 기계음을 토했다. 레이의 신체반응이 정상치를 넘어서자 경고를 발하고 있었다. 위험수치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정지할 터였다. 하지만 레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삼켜진 채 괴한이 다가오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마비였다. 완벽한 마비.
  “아악-!”
  괴한이 레이의 목을 움켜쥐었다. 고통이 밀려오자 마비가 풀렸다. 레이는 온 힘을 다해 목을 조이는 팔을 떼어내려 버둥거렸다. 눈이 흐려졌다.
  끝인가……. 안 돼! …… 이렇게 끝날 순 없어. 파머를 살려야 해…….
  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격이 괴한을 덮쳤다. 그가 벽에 처박히며 손이 풀렸다. 의식을 잃은 레이가 바닥에 뒹굴었다.
  “으! 어떤 새끼야?!”
  괴한이 으르렁거렸다. 간지러운 듯 어깨를 툭툭 치며 괴한이 일어서 자신을 공격한 물체를 주목했다. 사람이었다.   괴한이 물었다.
  “경찰이냐?”
  그의 눈앞에 롱코트를 걸친 사내가 투박하게 생긴 대형 권총을 들고 있었다. 사내는 대답 대신 괴한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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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 제 C-2012-02747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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