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EGG #4 by 비와이슬


  그럼에도 자신의 난자가 저렇게 값이 뛸 이유가 없었다. 가끔 불임치료를 위해 사는 사람들은 비싼 값에 사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공여자의 학력, 외모 등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었고 DNA 상의 선천적 질병에 대한 검사도 필수였다. 레이는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치솟고 있는 난자의 가격은 세계 제일의 여배우나 아인스타인 같은 천재에게 해당되는 액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레이는 갑자기 추위를 느꼈다. 뭔가 벌어지고 있었다.

  레이가 접속을 끊고 나서도 오랫동안 아노미아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는 경매 가격을 올리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처음 한 명의 입찰자가 입찰하자 그는 입찰자의 약을 올렸다. 상대가 2만을 부르면 그는 2만1을 부르는 식으로. 상대를 저울질하는 동안 뜻밖에도 두 명의 입찰자가 더 가세했다. 그때부턴 오히려 쉬면서 10만을 부르면 20만을 부르는 식으로 가격을 올렸다. 잘못될 염려는 없었다. 최악의 경우 자신에게 낙찰된다고 해도 경매자인 레이와 아는 사이니까 다시 팔면 되었다. 이런 식의 경매조작은 적발될 경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되지만 레이를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었다. 아노미아는 레이가 좋았다. 또 적발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게임을 하는데, 팝업창이 떴다.
  [장난치면 죽어요~!]
  말투는 장난 같았다. 아노미아는 무엇보다 자신을 찾아냈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7겹이 넘는 위장서버를 통하고 있었다.
  팝업된 메시지는 묘하게 그를 자극했다. 마치 ‘날 찾아봐요’하는 것 같았다. 화면에선 우스꽝스러운 애완견이 돌아다니면서 오줌을 갈겼다. 그러면서 ‘장난치면 죽어요’하고 외쳤다. 이건 약을 올리기로 아주 작정하고 하는 짓이었다.
  그는 작동을 멈추게 하고서 상대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다시 레이를 연결했다.
  “언니, 어떤 자가 저를 찾았어요.”
  “그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레이는 불안해 보였다.
  “그만하다뇨? 이런 자는 눈물이 찔금 나오게 혼구녕을 내줘야 해요! 폭탄을 테라급으로 보내주고 말테다! 감히 나를 뭘로 보고……. 흥!”
  폭탄 메일을 무더기로 보내주겠다며 아노미아는 새침한 입술과 찡그린 눈으로 길길이 뛰었다. 레이가 보고 있어서 더 흥분한 건지도 몰랐다. 여성스럽지만 그래도 남자 특유의 승부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자 앞에서만큼은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수컷의 본능. 보맨Bo-man이라고 해도 완전히 여자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레이는 수다스런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파티!”
  “파티요?”
  “그래.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마!”
  레이의 말에 그도 비로소 심각해졌다. 그는 서둘러 자신의 컴퓨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레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명단은 안전한 거야?”
  “예. 예…… 아마…….”
  “아마라니?”
  “지금 확인 중이라고요.“
  레이의 사나운 눈초리에 그는 말을 더듬으며 덧붙였다.
  “걱정 말아요. 호호호. 준비는 다 끝났어요. 이미 다 보냈는걸요.”
  콧소리 섞인 애교를 떨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레이는 걱정이 되었다. 극심한 생리통을 진통제로 억누르며 난자를 채취했다. 그것도 23살이 될 때까지 온갖 유혹을 물리치면서 참았던 것인데. 그것으로 생기는 돈의 일부는 파티를 위해 사용된다. 계획이 어긋나선 안 된다.
  레이는 파티에 직접 참가도 할 것이다. 불쌍한 남자들을 위한 파티. 애타게 찾고 있는 '그'를 위해 참가할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무려 만여 명이 참가한다.
  “장난은 그만 하자.”
  “알았어요.”
  “내 정보도 노출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이상 없으면 연락하지 마.”
  시무룩한 표정의 그를 뒤로 한 채 접속을 끊었다.
  파티. 시위를 뜻하는 네티즌의 은어다. 시위는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거대한 포털에서 네티즌 만여 명이 일시에 위장ID와 위장패킷으로 가상공간에서 시위를 벌인다. 가상공간이니만큼 행동의 제약도 없고 피해도 없다. 하지만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전 국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상에서의 가상시위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된 이후라고들 이야기했다.
  어쨌든 만여 명의 유저가 난리를 치면 그 지역 네트워크엔 엄청난 부하가 걸리고 주변 지역은 통신이 불가능한 단계로 치닫는다. 또 네트워크에서 뉴스거리를 찾는 방송과 기자로봇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들고 자동으로 전 세계로 생중계한다.
정부는 시위가 벌어진 구역을 폐쇄하고 주동자를 찾겠지만 언제나 대비책은 있기 마련이었다. 사실 참가자들 중 많은 수는 파티를 하나의 즐거운 게임으로 생각했다. VR(가상현실)로 3D입체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체험인 것이다. 게다가 온 국민, 아니 전 세계에 소개되는 즐거운 놀이기도 했다. 3D 게임처럼 가상 세계의 시위도 건물과 배경, 도로가 있고 그 속에서 움직이고 행동하는 개개인의 형상이 있기 때문에 시위자들은 현실에서 행해보지 못한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추적하는 경찰과 정부측 대응을 따돌리는 것에 스릴을 느꼈다. 거기에 정의를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자신을 고양시키는 흥분도 빠트릴 수 없는 보상이 되었다. 무엇이 정의인가 하는 것에 항상 문제가 있었지만.
  시위를 생각하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자가 떠올랐다. 남성권리연합의 리더. 하지만 파티에서 그를 볼 확률은 없었다.
  머피의 법칙, 호사다마, 불운이 다가오는 것일까?
  아니. 아닐 거야. 일을 그르치는 건 원치 않아. 더욱 조심해야겠어. 남은 시간이 잘 지나가기를……. 아무래도 난자를 판 대금이 들어오면 이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될수록 통제와 감시는 더 편리해졌다. 레이의 난자에 대한 이상가격은 즉시 정보통제센터의 주의를 끌었고 모든 내용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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