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지음, 김태성 옮김 / 리얼북
나의 점수 : ★★★★
이 책은 독일 SF소설가가 썼다.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분석했다. 즉 정말 황당한 이야기들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하고 합당한 이야기들은 근거를 제시하고 보완해서 설명한다.
나름 읽을만 하고 쉽고 사회 문화 정치 전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본 책이다. 그렇다고 아주 색다른 시각이나 어떤 주장, 이론이 있지는 않다.
몇 군데 인용해본다.
[하지만 세계종말이란 상상 이면에 훨씬 더 큰, 인정하지 않는 두려움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즉, 자신이 죽는다는 두려움이다. - p.30]
[트렌드 자체는 진술하는 바가 전혀 없다. 트렌드는 항상 이면에서 작용하는 힘들의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다. 여기에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바람을 일으킨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 p. 32]
[나노기계, 즉 분자와 원자를 직접 다루는 미세한 기계가 정말 존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미 오래 전에 결정났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들이 바로 나노기계이며, 인간은 모두 30조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민들레나 무로 성장하는 씨앗도 다름 아닌 나노기계들의 집합체로, 공기, 물, 땅속의 무기질을 새로운 나노기계, 즉 세포로 변환시킨다. 입증된 사실이다. 자연이 수십억 년 전부터 해왔고, 무엇보다 우리 인간은 그 결과물이다. - p.44]
[어쨌거나 경험상 가장 낙관적인 대안이나, 가장 비관적인 대안 둘 다 실현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 뭔가 그 사이에서 실현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 p.52]
[전혀 닮지 않았다! 복제고양이와 어미를 나란히 놓고보면 두 고양이가 동일한 품종에 속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유전자적으로 동일하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다. (중략) 생물학자들은 사전에 이미 '임의로', 즉 우연히 형성되는 신체적 특징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었다. 예를 들어 지문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른 지문을 보여준다. 동물의 털무늬가 그와 유사한 것이다. - p.56]
[복제된 인간은 심각한 유전적 장애와 훨씬 감소된 수명을 예상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이미 그와 관련된 뚜렷한 경고들이 있다. (중략) 클론들은 더 빨리 노화하는 것 같다. 따라서 언젠가 인간을 복제한다면, 복제된 인간이 수십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눈앞이 캄캄해질 때까지 창조자를 괴롭혀서, 그 후로는 복제의학자들이 그런 종류의 실험을 할 의욕이 오랫동안 사라질 걸로 예상된다. - p.57]
이 책은 그 외에도 다양한 미래의 기술과 논제들을 살펴보고 있다.
독일인 저자의 주장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그건 슈퍼파워 미국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자는 미국이 붕괴되거나 빠른 시일 안에 제 1의 지위에서 쇠퇴할 것이라는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군사적인 것보다 전 세계가 미국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한다.
즉 현재 모든 세계의 나라가 미국 영화를 보고, 미국 작가를 읽고, 미국 음악을 듣는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바람직하고 하지않고의 문제를 떠나서 그것이 현실이기에 미국인의 고립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강대국이 출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혹은 그러한 주장들이 결국은 기껏 잘해야 미국을 다른 강대국으로의 교체일 뿐이며, 원칙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나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예전에 중국에서 거주할 때, 아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지위에 간다면, 더 나을까? 한국입장에서 말이다.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중국에서 살면서 공산당이나 정치국원 같은 소수에 의해서 좌우되는 권력과 모든 것이 '꽌시'라는 인맥으로 해결되는 중국이 더 예측 불가능한 존재란 것이었다.
뭐 동의하든 하지않든 관계없이 그런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결국 미래에 관한 사고의 의의와 목적은 우리의 삶을 최선을 다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p.224]
사족하나,
원래 제목이 '100years in the future, Hope or Despair?' 인가 본데, 어떻게 이 제목이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로 바뀔 수 있는지 참 황당하다. 거기다 작은 제목으로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통찰 - 천재 SF소설가의 미래보고서 -'라고 해놓았다.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제목짓기인데, 장기적으론 출판사에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난생처음 리뷰응모에 당첨됐다. ㅋ ^^;;;
덧글
저도 오늘 책구경하러 도서관나들이 가려고요. 아직 좀 힘들지만 역시 책은 좋은 친구더군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